마법천자문의 마법은 한자에만 있는 것이 아니더라.
지하철에서 서서 읽는 마법천자문
주말에 동네 아이들이랑 실컷 놀다 들어와서 흙 묻은 바지를 벗어놓고 또 만화삼매경
지인의 결혼식 때문에 간만에 들렀던 서울 나들이.
사실은 결혼식 참석 후 아들과 우리 동네에는 없는 대형서점 데이트 할 생각에 더 들떴다. 어제 아들이 지인의 결혼식에 따라나서 준 이유는 요즘 한참 홀릭 중인 마법천자문 4권을 얻기 위해서였다. 오전에 오디오클립에서 들었던 걸리버여행기에 관심을 보이길래 (소인국 이야기는 아이라면 누구라도 혹 할 수 밖에 없는 테마아닌가.) 저학년용 걸리버여행기가 있는지도 한 번 찾아볼겸.
가족 외식 장소나 지인과의 약속을 대형서점이 있는 건물에 잡는 건 순전히 내 욕심이다. 이번엔 마침 예식장 근처에 걸어갈 만한 거리(아이에겐 좀 멀었는지 징징;; 아이스크림 하나 쥐어주고 입막음.)에 서점이 있었으니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. 따로 시간 내 혼자 책을 구경하러 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일부러 다른 일정에 붙여서 한 시간 일찍 가거나 식사 후 산책 코스처럼 잡는 것인데, 사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진득이 둘러보기가 쉽지가 않았다.
그런데 요즘.
그것이 가능 해 지고 있으니 나에게 나만의 책 구경을 할 수 있게 시간을 확보해 주는 아이템이 바로 《마법천자문》.
더 어릴 때 부터 접했던 아이들도 많을텐데 큰 아들에게는 작년에 처음 사주었다. 처음에는 시큰둥했는데 최근 들어 갑자기 관심을 보이더니 한자카드를 외우기 시작했다. 안 외워지는 카드를 몇번이고 게임하듯 외우기를 시도해 엊그제는 마침내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모두 외우는데 성공하고는 태권도학원에서 운이 좋게도 단 6명만 뽑을 수 있는 팽이장난감을 뽑아 온 것 보다도 훨씬 기쁘다며 방방 뛰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.
암튼 3권까지의 한자카드를 모두 외우면 다음 권을 사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당당히 4권을 결재하고 비닐을 제거 한 뒤 서점계단에 다른 어른들과 함께 착석하시고 혼자 책을 읽고 새로 가지게 된 한자카드를 펼쳐놓고 감상하여주시니.
이렇게 점점 아이는 아이 세상을 만들고 엄마 아빠와 독립 된 인격체로 커가기 시작하는 가 보다...
아무튼 엄마는 《마법천자문》덕에 자유롭게 엄마 책을 쇼핑하러 나설 수 있게 된 것.
마법은 책 내용에도, 한자를 쉽게 배우는 데도, 엄마에게 엄마만의 시간을 내어 주는 데에도 그 신기한 마법을 보여주었다.
그 책에 나온 한자 카드를 모두 외워야만 다음 권으로 넘어가는 작전이 언제까지 먹힐지 모르겠다. 좀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사심.ㅎㅎ
안타깝게도 걸리버여행기는 '글자'가 많다며 거부당했다.ㅜㅠ 아무래도 잠자리 동화책으로 읽어주어야 할 듯...